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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화양연화> 지나간 사랑, 가장 아름다운 순간

by 고로나민씨 2025. 5.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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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론

"그 시절, 그 사람이 있었다."

왕가위 감독의 ≪화양연화(花樣年華,2000≫는 사랑을 말하면서도 사랑을 직접적으로 드러내지 않는, 침묵의 미학이 살아있는 영화입니다. '화양연화'는 '인생에서 가장 찬란한 순간'이라는 뜻을 담고 있으며, 그 말처럼 이 영화는 가장 아름답고, 동시에 가장 아픈 순간을 담담한 시선으로 그려냅니다. 동양적 정서와 세련된 영상미, 그리고 반복되는 음악과 시선의 교차는 이 영화를 하나의 "예술 작품"으로 끌어올렸습니다.

2. 줄거리

1960년대 홍콩, 같은 날 같은 아파트로 이사 온 주무(양조위)와 수리첸(장만옥). 둘은 각각 배우자인 아내와 남편이 출장을 이유로 자리를 비운 틈에 조심스럽게 서로에게 다가갑니다. 하지만, 어느 날, 두 사람은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됩니다. 서로의 배우자가 불륜관계에 있다는 것. 처음엔 이를 부정하려 하지만, 점점 둘은 서로의 상처를 이해하며 가까워지게 됩니다. 그러나 이들의 관계는 선을 넘지 않습니다. 서로의 마음을 알지만, 끝내 표현하지 못한 채 둘은 함께한 시간을 흘려보냅니다.

3. 분석

≪화양연화≫는 사랑에 대한 감정의 '결핍'과 '절제'를 통해 더욱 깊은 울림을 전달하는 영황입니다. 주인공들은 서로에게 끌리지만, 그 감정을 드러내는 순간에도 늘 망설임과 거리감이 존재합니다. 이는 단지 사회적 윤리 때문이 아니라, '그때는 그렇게 밖에 할 수 없었던 정서'가 배어 있기 때문입니다. 왕가위 감독은 인물의 심리를 말이 아닌 시선과 공간, 음악으로 표현합니다. 좁은 복도, 벽을 사이에 두고 지나치는 장면, 반복되는 만남과 엇갈림은 두 사람 사이의 거리감과 억눌린 감정을 시각적으로 표현합니다. OST로 사용된 'Yumeji's Theme'와 주윤발의 내레이션, 느린 카메라 무빙과 슬로컷 편집은 영화 전체를 하나의 서정시로 만들어 줍니다.

4. 결말

결국, 주무는 수리첸에게 마음을 고백하지 못한 채 홍콩을 떠나고,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 사원을 방문해 한 구멍에 자신의 비밀을 속삭이고 봉인합니다. 그는 말합니다.

"엣날엔 사람들은 비밀을 말하고 싶은데 말할 수 없을 땐, 산속 나무에 구멍을 뚫고, 거기에 비밀을 속산인 다음 흙으로 덮었다."

수리첸은 훗날 다시 그 아파트를 찾아오지만, 주무는 이미 떠난 뒤. 둘은 끝내 만나지 못하고, 그들의 사랑은 기억 속 화양연화로 남게 됩니다.

5. 마무리 한 줄

≪화양연화≫는 하지 않은 사랑, 말하지 못한 감정이 오히려 더 오래 남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슬프도록 아름다운 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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